My fourth book review for the Korean daily newspaper KyungHyang Daily. This time, I have selected <Locating Neoliberalism in East Asia> by Bae-Gyoon Park, Richard Child Hill and Asato Saito. Published on 24 May 2013.
2013년 5월 24일 게재된 네번째 경향신문 [해외 책] 서평.
동아시아에서 신자유주의 찾기
Locating Neoliberalism in East Asia: Neoliberalizing Spaces in Developmental States
20세기 중후반 세계경제는 특이한 현상을 목도한다. 저개발국가 대부분이 경제성장을 못 이루고 빈곤에 허덕일 때 아시아의 일부 국가는 산업화, 도시화 및 수출주도형 경제를 달성하며 경제성장의 기적을 이룬 것이다. 일본의 전후 복구를 설명하기 위한 분석틀로 등장했던 개발주의 국가론은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대변되는 ‘아시아 네 마리 용’의 경제 신화 분석에도 적용되었다. 반면 2차 대전 직후 잉태되어 1970년 오일 파동 이후 본격적으로 전파된 신자유주의는 개발주의 담론에 입각하여 동아시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었다. 한국의 지리학자 박배균, 미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차일드 힐, 일본의 지리학자 아사토 사이토 세 명이 편저한 <동아시아에서 신자유주의 찾기>(Locating Neoliberalism in East Asia)는 동아시아에 대한 신자유주의 영향력을 고찰하며, 특히 도시 및 지역정책을 중심으로 일본,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사례를 다룬다.
동아시아에서 발현한 개발주의는 국가주도형 경제가 성장의 동력이 된다는 이데올로기로서 중앙 계획, 공공부문 확장 및 개발 계획 추진 등을 통한 국가경제 발전을 목표로 한다. 한편 신자유주의는 사적소유 및 시장 경쟁을 통해 자유로운 개인의 이익 실현 추구가 사회 부의 증대를 가져온다는 이데올로기로서, 국가에 의한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오히려 국가의 역할은 증대하는데, 이는 통치제도의 정비, 공권력 확대, 공공질서 구현 및 법 체제 정비와 같은 규제 정책의 실시를 통해 드러난다.
이 책에서의 주된 문제의식은 개발주의가 세계화에 따라 신자유주의로 대체되었다고 단순하게 이해하기보다는 이 둘이 상호작용에 따라 어떻게 발전적 관계를 형성하는지에 맞춰 있다.
즉, 신자유주의가 원형 그대로 수용되었다기보다는 현존하는 개발주의 제도 등에 의해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의 범위 및 방향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를 다양한 국가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이러한 구조개혁은 연구자에 따라 때론 신자유주의의 강세를 통해 개발주의적 신자유주의로 귀결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하며, 신자유주의의 제한적 영향에 따라 후기개발주의의 강화로 이해되기도 한다.
한편,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몰락의 전조라고 여기는 견해도 있지만, 이는 다소 섣부른 판단일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강조하듯이 신자유주의는 완결된 형태의 획일적 모습으로 존재하기보다는 다양한 가치체계, 이데올로기 및 제도 등과 결합하여 균일하지 않은 하이브리드 형태로 존재한다. 신자유주의는 그 자체로 변화무쌍하며 다양한 위기를 극복해 오며 변형되었기에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이러한 하이브리드적 상태는 사회세력에게 운동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개발주의는 다양한 관성으로 현재에도 작동한다. 예를 들어, 관치금융과 같은 개발주의의 폐해는 사라졌다 하더라도 관권 인사 등에 의해 국가의 영향력은 여전히 살아있다. 또한,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한 인위적 경제부흥 시도 역시 개발주의의 잔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장개방 및 국내외 무한경쟁을 통한 노동자 억압 및 비정규직 양산 등은 신자유주의 도래에 따른 폐해일 것이다. 그렇지만 노동자 탄압을 위한 공권력 남용 및 각종 표현, 사상의 자유 억압은 과거 개발주의 국가 권력의 억압적 통치 방식을 이어받았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단순히 신자유주의에 모든 책임을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개발주의 및 신자유주의의 공생적 또는 적대적 하이브리드 관계의 심층 고찰은 사회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하려는 사회운동세력에게도 중요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