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진지 40년 가까이 된 개포동 저층 주공단지가 재건축으로 사라져갑니다. 그 와 함께 서울의 한 기억도 사라져 가고,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았던 사람들도 상당수 떠나야 합니다. 그들에게 축출의 (displacement)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얘기하면서 사람들의 축출만을 생각했는데, 막상 개포동을 다녀오고 나니 사람 뿐만 아니라 몇십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그 공간과 일부분이 된 수많은 나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파트 어느 구석, 아이들이 떠나간 어느 놀이터 수풀사이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고양이들이 눈에 띕니다. 재건축으로 인한 축출이라는 재난,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죽어가는 이 도시에서 사람 뿐만 아니라 나무도, 고양이도, 말 못하는 이 생명들도 재난의 당사자임을 깨닫습니다.
재美난학교포럼 ‘개포동 그곳에서의 산책’에서 저는 ” 두 도시 이야기: 재생의 도시, 죽음의 도시”라는 주제로 발제합니다. 최소연님과 이성민님의 초대를 받아 참여합니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민둥산에 인공조림도 한다는데, 40년 가까이 이 땅에서 자라며 ‘도시 숲’을 형성한 만 그루 가까운 나무들이 잘려 나간답니다. ‘건조도시’ (built environment) 위주로 설계된 도시계획법이나 도시재생 특별법 차원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태적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서 문득 산림청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김재현 산림청장님께 묻고 싶습니다. ‘도시 숲’은 어떻게 보호해야 하나요? 이 기회를 빌어 산림청장님도 9월 2일 개포동 그곳 재美난학교포럼에 초대합니다.
추신: 참고로, 개포중학교는 곧 시작할 1단지 재건축 사업으로 인해 올 초부터 휴교한 상태라 합니다. 저는 개포중학교 1회 입학생이었습니다. 저 역시 넓은 의미에서 오랜 추억의 공간을 잃게 되는 재난 당사자로서 참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