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노래방이라고 하는 것이 처음 생겨나 사람들 발길을 끌던 것이 1992년 즈음 이었던 듯 하다. 그 이후, 특히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노래는 노래방 등에서 반주 따라 하는 것으로 고착되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그냥 통기타 반주 또는 무반주에 자기 멋대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특히 동아리, 학과 친구들, 선후배들이 우르르 몰려가 학사주점 어느 한 구석, 방 한칸에 몰려가 술 마시다 보면 온갖 노래 (주로 운동가요였지만) 가 튀어 나오고, 때론 다른 패들과 경쟁이 붙어 목청껏 노래 부르는 것이 무척 자연스런 모습들이었다.

그 와중에 마무리 할 때 즈음에 항상 끼여 들던 노래, 어느 정도 취기가 돌아 얼큰해지면 나오던 노래 중 하나 – [고래사냥]. 송창식이 부르는 노래야 편안히 높은 음도 즐기며 들을 수 있지만, 술 취해 합창하던 무반주 고래사냥은 목청 찢어져라 불러 제끼던, 젊은 날의 시름과 분노 등이 뒤섞여 나오던 고래사냥이었다.

가끔씩 그런 날들이 그리워지곤 한다. 반주기도 잘 갖춰진 그런 자리에서, 또는 망가진 모습 보일 수 없는 그런 자리에서 절대 부를 수 없는 고래사냥, 그 고래사냥을 목청껏 부르며 어깨동무 하던 그런 날들. 지금은 부르라고 해도 체력이 따르지 않을 것 같고, 다 부르고 나면 손발이 저릴 것 같다. 아니, 나이들어 술 마시고 길에서, 술집에서 왠 주책이냐고 온갖 비난이 쏟아질 것 같다. 그래서 그냥 가끔 혼자 방에서 읊조린다.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 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는
아침에 일어나면 잊혀지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내 꿈 하나는
조그만 예쁜 고래 한마리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고래 잡으러

우리들 사랑이 깨진다해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는다 해도
우리들 가슴속에는 뚜렷이 있다
한마리 예쁜 고래 하나가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소리치는 고래 잡으러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소리치는 고래 잡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