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3주간 여행/출장 막바지. 일요일 오전이면 런던으로 돌아간다. 홍콩 1박, 베트남 호치민 5박, 다시 홍콩 2박, 광저우 11박, 다시 홍콩 2박. 앞으로도 홍콩이 출장 Hub이 될 듯 하다. 장기간 출장 막바지엔 항상 그렇듯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일은 잊고, 미루었던 일 처리해야 할 압력과 여독이 함께 몰려 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여행의 마지막을 익숙한 환경, 익숙한 곳에서 보낼 수 있다면 피곤함이 덜하다.
지금은 홍콩 센트럴 The Exchange Square에 자리한 Pacific Coffee. 홍콩 어느 곳 모두 마찬가지지만 이곳 역시 에어컨 덕분에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기 까지 하다. 언제나 홍콩에 오면 느끼지만, 빽빽히 들어찬 건물 내부를 식히기 위해 이 도시가 얼마나 더 더워져야 하는 것일까? 인간의 편의를 위해 파괴되는 자연. 홍콩의 역사는 자연 정복의 역사이자 파괴의 역사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 잠시 시청한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미국 어느 지역의 금광 채굴 과정이 떠오른다. 그 광산에선 1톤의 흙을 퍼가면 5킬로그램인가 1킬로그램인가의 금을 얻을 수 있단다. 이를 위해 지표 및 수십미터, 반경 수백미터의 대규모 채굴이 이루어졌고, 계속 깊고 넓게 파고 있다. 채산성이 떨어질 때까지 땅파기는 계속 이루어질 것이다. 이렇게 한번 파괴된 자연은 다시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마치 약간의 새우를 얻기 위해 바다 바닥을 훝는 저인망 그물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과 같다.
동양의 진주라며 20세기 내내 동경의 대상이던 이 도시의 역사는 또한 자연 정복사와 자본 축적의 결합사이기도 하다. 20세기도 아닌 19세기 중반 영국 제국의 점령과 함께 매립 공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해안선은 원형을 상실하였으며, 그 만큼 도시 부 역시 증가하였다. Rail/MTR-led development는 토지개발과 인프라 건설이 얼마나 밀접히 관련을 맺고 도시 재정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이 모델은 중국에도 수입되어 주요 도시의 인프라 건설에 적용되고 있다. 이렇게 축적된 부의 대다수는 국가/자본에 귀속되며, 사회 구성원이 고루 향유하기 보다는 Super-rich와 다수 서민의 양극화를 초래한다.
이러한 홍콩의 역사는 사실상 동아시아 곳곳에서 반복되는 듯 하다. 좀 더 차분히 살펴봐야 할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