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미루다 보면 어느 순간 감당이 안되게 쌓여 포기를 하게 될 때가 있다.
블로그에 글 남기는 것을 미루다 보니, 밀린 숙제 같이 되어 버렸다. 몇 자 끄적거리려 생각해 보다가도, 훌쩍 뛰어 넘은 ‘세월 업데이트’ 하기가 엄두나지 않아 그냥 포기해버린 적이 여러번.. 그러다 이제서야 다시 시도해 본다. 시도하다 안되도 그냥 해봤다는 흔적이라도 남겨 보려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지 몰라 시간순으로 굵직 굵직한 것들만 대충 적어 봤다.

6월 14일. 리즈대학 White Rose East Asia Centre에서 Postdoctoral research fellow 생활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딱 4개월 된 날이다. 연구소 웹사이트 업데이트는 내 블로그보다 더 이루어지지 않아 아직도 내 프로필이 실리지 않았다. 그걸 제외하고는 모두 만족스런 생활이다. 넓직한 개인연구실에는 상담실에나 보일 것 같은 둥근 테이블까지 놓여 있다. 위치는 반지하, 연구소내 다른 직원들과는 약간 동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어 다소 불편하지만 조용히 있을 수 있어 집중하기에는 제격인 곳이다. 무엇보다 난생 처음으로 밀폐된 개인사무실이 생겼다.

7월 12일. 졸업식. 이틀전 도착하신 부모님과 함께 졸업식에 참석했다. 석사졸업식때 섰었던 같은 장소, 다른 느낌. 학위증 받은지 반년은 넘게 지나서 그런지 그다지 큰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나보다 아버지께서 더 들뜨셨던 느낌… 부모님과는 이후 에딘버러까지 기차 여행. 항상 가보고 싶었던 곳, 부모님과의 첫방문이후 인연이 뚤렸는지 3주만에 Edinburgh Fringe 축제때 다시 한번 더 가게 되었다.

7월/8월. 미루고 미루던 저널/학회 페이퍼 작성에 매진했던 때. 그 사이 학교 후배 승택부부가 찾아와 일주일여 함께 즐거울 수 있었다. 채관형의 반가운 방문으로 에딘버러 다시 가다. 말로만 듣던 Last for One의 현란한 춤동작과 그들의 일상을 가까이 볼 수 있었기에 더 재밌던 여행이었다.

8월말-9월초. 서울대에서 열린 APNHR 학회 참석차 2주 일정으로 한국 방문. 이 시기 맞춰 치과 치료. 용철형 가족, 과동기들, 통과연 친구들, 오래전부터 만나고 싶던 교회선배 등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한국 방문 때마다 짧은 체류 일정동안 많은 것을 하려다 보니 몸에 무리가 가는 것 같다…

9월 16일. 런던에서 리즈로 이사. 런던짐을 완전히 뺌. 이사 직전에는 주택수당연구프로젝트 관련 요크/런던 방문. 리즈 숙소 역시 임시로 12월말까지 있기로 한 곳이어서 짐을 다 풀지는 않았다. 대신 보유 서적/파일류를 모두 연구소로 옮길 수 있어 다행. 2년만의 집이사로 몸과 마음이 좀 지쳤던 한 주였다.

9월 중순 이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서 연구소/학과 사람들도 새로 만나 인사. LSE 친구와 함께 연구기금 신청. 사회적기업 연구프로젝트 관련 리뷰, 특강 수업 준비 등등…

아무튼 바쁘게 지냈던 지난 4개월, 그래도 재밌게, productive하게 보낸 세월이었다. 무엇보다 수정이가 이사와서 리즈의 재미를 함께 누릴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남은 리즈에서의 시간, 더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