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ed in this month for a Korean daily… A short but an insightful book that provides a lot to think about but no simple straightforward answer. This posting is in Korean.

이번 달 경향신문 해외 책 리뷰는 이 책으로 하였습니다. 생각할 꺼리는 많이 던져주면서도 명쾌한 답은 쉽사리 주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Original link: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9272143285&code=900308 (Posted on the newspaper site on 27 September 2013)


Review begins…

페미니스트 정치이론가로서 민주주의, 평등, 다문화주의 등에 대해 많은 글을 쓴 앤 필립스는 현재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대 자유주의 이론의 협소함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줄곧 견지해 온 그가 2013년 펴낸 신작 <우리의 몸: 누구의 소유물인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육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법적인 자유인으로서 노동력 판매를 통해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이라 하더라도 자기 몸 자체가 매매의 대상이 되는 것은 꺼리기 마련이다. 어느 누구도 임금노동에 종사한다고 해서 이를 근거로 고용주가 그 사람의 신체마저 구속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쉽사리 자기 몸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함으로써 자기 신체를 타인의 침범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며, 나아가 자기 몸에 대한 처분의 자유를 주장한다. 소소하게는 문신이 여기에 해당하며, 혈액이나 장기 매매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앤 필립스는 이 책에서 강간, 대리모, 장기매매 등 세 가지 사례를 통해 몸에 대한 소유의 관점이 어떤 문제점을 지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몸을 단지 개인에게 속하는 것으로 보기보다 하나의 소유물로 취급하여 권리 주장을 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모순된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강간을 비판하기 위해 강간을 가해자가 피해자의 배타적 소유물인 피해자의 육체를 동의 없이 강제로 불법 침탈한 것으로 비유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임가정을 위해 임신을 자원하는 이타적 감성의 대리모는, 임신 기간은 몸의 일부를 타인에게 임시 임대하는 기간이기에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 즉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는 관점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몸을 개인의 소유물 또는 매매의 대상으로 여기는 입장을 더욱 밀고 나갈 경우, 대부분 국가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장기매매조차 법적으로 허용해 급증하는 장기매매 수요에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주장의 근거는 몸에 대한 개인의 소유권과 자유로운 처분권의 인정이며, 이를 통해 개개인에게 ‘여유’ 장기에 대한 매각 권리를 보장하고 장기매매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더욱이 여기에 사회복지 논리가 덧붙여지면, 빈곤층의 경우 장기매매를 통해 생활고를 일시적으로나마 법적으로 정당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성립하며, 나아가 장기밀매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장기매매에 나서는 선의의 피해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앤 필립스에 따르면 이런 주장은 소유물과 개인 선택의 자유를 인정하자는 명목하에 빈곤 자체를 낳는 사회불평등의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즉 빈곤층에 대한 배려와 환자의 생명 존중이라는 미명하에 장기매매에 나설 수밖에 없는 매각자의 불평등적 지위가 가려진다.

성노동자의 성매매 자유 인정 주장도 마찬가지다. 급진적 자유주의 입장에서 성매매를 개인의 권리로 인정, 성노동자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인정하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데, 이 경우 성매매와 관련된 많은 불평등적 상황에 대해서는 눈감아버리게 되는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된다. 즉 성노동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곧잘 이용되는 강제적 마약 중독이나 억압적 불평등 고용관계, 그리고 성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불평등한 경제관계 등에 대한 논의가 빠진 성노동자의 권리 인정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앤 필립스는 이 책에서 해결책을 내세우진 않는다. 인간 몸이란 주제는 가위로 재단하듯이 결론내리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다만 확실하게 주장하는 것은, 인간 몸에 대한 소유물 담론은 급진적인 주장을 하려는 사람이나 보수적인 주장을 하려는 사람 모두에게 차용되지만, 몸과 관련된 각종 사회 문제 해결이 이러한 담론을 통해서는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의 매매와 관련된 매각자, 매수자의 불평등적 관계는 사회에 내재된 근본적 모순으로 인한 것이며, 이러한 모순에 대한 고민 없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한 평등적 매매 주장은 허구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